곧 많이 바빠질거 같아서 최대한 써둬야 할거 같다.
9월 1일부터 인턴 출근을 시작했다. 마침 그 즈음에 여의도까지 가는 9호선이 뚫려서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사실 9호선이 없었으면 거기 말고 좀 더 가기 편한 곳에 지원했을거다.ㅋ)
하루동안 간단하게 연수를 받고, 바로 다음날부터 부서로 배치되었다.
하루 연수 받는건 별거 없었는데, 서비스 교육 받는게 좀 인상깊었다.
별건 아니고, 인사같은거 잠깐 시키고, 비즈니스 매너-_- 를 교육시키는데
강사가 중간에 이렇게 말했다.
"명함을 상대방에게 건네줄때에도, 자기 이름이 보이는 방향으로 건네줘야지,
그걸 다른 방향으로 건네주면 상대방이 '아 이사람은 이런 기본도 안되어있구나' 하겠죠?
그런 사소한거에서부터 상대방을 판단하게 되는거니까요."
정확하진 않아도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듣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그딴걸로 상대방을 판단할 정도라면, 대체 비즈니스 매너라는건 얼마나 쪼잔하고 병신같은 짓인건가..
저 인간들이야 그따위 것들을 교육시키고 '아 이런게 중요하구나' 하고 상대방한테 세뇌시켜야
지들이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겠지만
도대체가 명함 건네주는 방향 따위를 중요시하는 짓의 어느 부분이 '매너'인지가 궁금하다.
하여튼 그래서 그날 오후에 부서에 가서 인사하고 퇴근했다.
같은 부서에 인턴이 2명 더 있었다.
처음엔 뻘줌했는데, 나중엔 좀 친해져서 커피도 같이 마시고 그랬다.
그 때부터 인턴질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틀 정도는 좀 긴장했는데, 얼마 안가서 긴장은 풀려버렸다.
내가 있던 부서가 일이 많은 편이고, 고정된 업무를 하는게 아니라 프로젝트 형식으로 계속 다른 일을 하는거라
내가 할 일이 좀 애매했다.
사실상 혼자서 무슨 프로젝트 하나를 하게 되긴 했는데, 그게 전혀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고
사실상의 research 비슷한거고 파일럿 프로그램에 가까운거라 위에서도 별로 신경쓰진 않는거 같았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거기서 다른 직원들 다 보는데 책을 읽고 있기도 좀 민망했다.
그래서 CFA 공부는 그때부터 무척 지지부진해졌다.
나름대로 출퇴근을 하면서 지하철, 버스에서 시달리다보니 갔다오면 피곤해서 공부하기는 힘들었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라던가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배운점이 없잖아 있지만, 실질적으로 딱히 하는건 없는 시간이었다.
당시에 나는 다른데서 청년인턴하면서 나처럼 시간을 때우던 다른 친구와 메신저를 하며 시간을 축냈다.
가끔 같이 인턴하는 사람들과 커피마시며 잡담도 하고.
나중에 가서는 매일 1시간 넘게 인턴들이랑 커피마시러 나가곤 했다.
시간이 좀 아까웠지만 때려친다고 딱히 뭘 할거 같진 않았다.
그리고 리서치 할게 계속 조금씩 있긴 했다. 압박이 크진 않았지만 가끔씩 담당 과장이 확인을 해서, 업무를 하긴 해야했다.
9월 중에 리트 점수가 나왔는데, 예상보다 10점 정도 높게 나왔다.
서로연에서 예측한답시고 사람들이 올렸던 평균점수가 너무 높았던거다. 실제 평균점수는 훨씬 낮았다.
그래서 내 표준점수가 예상보다 훨씬 올라간거다.
기분이 좋았다.
이제 지원할 학교를 골라야 했는데, 서울대를 쓰는건 확실했고, 고려대를 쓸지 말지가 좀 고민이었다.
그런데 리트시험을 신청할때나, 컬럼비아 디파짓을 냈을 때처럼,
불확실하다면 그 비용 약간 드는걸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이것저것 해보는게 나을거 같았다.
붙고나서 결정해도 되는거니까.
그래서 결국 고려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할때 낼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는데, 면접 겸 자기소개서 첨삭하는 스터디를 들어갔다.
한 3~4번 자기소개서 첨삭하는걸 했는데, 그 뒤에 흐지부지 되면서 면접스터디는 한번도 안하고 깨졌다.
그래도 그 때 자기소개서 첨삭하는건 많은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로스쿨 자기소개서는 좀 열심히 썼던거 같다. 첨삭을 받고 나서도 수십번 다시 보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회사에 출근하느라 학교에 가서 낼수가 없어서, 어머님이 대신 가서 내주셨다.
그 즈음에 서울대 경영대학원도 원서접수 기간이 되었다.
여기 원서접수기간 좀 전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서울대를 쓸지 말지 잠시 고민을 했다.
같은 경영대학원이면 어디를 가는게 나을까...카이스트가 낫다면 굳이 힘들여서 서울대를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일단 써보고 붙고나서 생각하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이스트는 다녀봤으니 서울대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이 캠퍼스가 따로 있어서 너무 작다는 점, 학비가 비싸다는 점도 좀 걸렸다.
그래서 일단 서울대도 쓰기로 결정했다.
여긴 추천서가 하나 필요했는데, 유학 지원때 추천서 받았던 교수님들께 가기는 좀 염치가 없어보였다.
그래서 다른 교수님한테 가서 받았다.
그거 부탁하느라 하루 휴가내고 학교를 가야했는데,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좋긴 했지만
학교에서 한 4시간 있었더니 답답해져왔다. 예전에 지낸 곳이니 추억이 되어야 할텐데 그냥 답답하고 싫었다.
거길 벗어난건 지금 생각해도 매우 잘한 일이었던거 같다. 좋은 학교지만 나랑 안맞는 곳이었다.
로스쿨 2군데와 서울대 경영, 총 3군데에 원서를 다 넣고, 면접준비도 해야했겠지만
1차 발표가 나고 붙으면 그 때 시작해도 되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면접 준비는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1차 발표가 다 나서, 세군데 다 면접을 봐야 했다.
경영대학원이야 크게 준비가 필요하진 않을거 같았지만, 로스쿨 면접은 생소해서 면접 준비를 해야할거 같았다.
그래서 뒤늦게 스터디를 알아보다가 하나 구할 수 있었다. 인턴업무 마치고 퇴근한 뒤에 하는 스터디였다.
매주 2번씩 해서, 면접때까지 총 5~6번 정도 했던거 같다.
나만 이공계 출신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문과 출신이었는데
다들 너무나 말을 잘하고 나 혼자 지나치게 버벅여서,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초반엔 스터디를 가는게 긴장될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니 좀 말빨이 늘어나는거 같았다.
내 스스로도 살아오면서 말을 정말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연습하니 나아지는거 같아서 신기했고 뿌듯했다.
내가 다른 스터디원들에게 도움이 되진 못했던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나는 너무 많은 도움을 받은거 같아서 고맙고 미안했다.
당시 내가 하던 청년인턴은 대개 취직이 안되어서 온 사람들이고, 인턴을 하면서 여기저기에 원서를 넣는다.
나도 분위기 따라서 몇몇 회사에 원서를 넣기도 해보았는데, 붙은 곳도 있고 떨어진 곳도 있었다.
개중 한 곳에서 서류와 인적성을 붙어서 면접을 봐야했는데, 거기 면접이 서울대 경영대 면접 전날이었다.
그런데 그 회사 면접은 저녁에 끝나고, 서울대 면접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물리적으로 겹치진 않았지만, 둘 다 가는건 좀 무리인거 같았다.
그래서 회사 면접을 포기하고 서울대 면접 준비를 했다.
서울대 경영대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랑 같이 원서를 썼던 친구가 두세명 정도 있었다.
그 중 나랑 같이 오전에 면접보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오전반 중에서도 거의 제일 처음에 면접을 봤고 그 친구는 오전반 중 거의 맨 마지막에 봤다고 한다. 점심시간 근처에 했다고..
면접은 문제를 하나 주고, 그거에 대해 교수에게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자세한 문제를 쓰자면 길어서 패스하고, 통계학 중 복원/비복원 추출에 대해 나왔다.
문제를 20분인가 30분인가 풀고, 방에 들어가면 교수 2분이 계신다.
면접시간은 5분인가 10분인가, 하여튼 짧다.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대한 추가질문이 아주 약간 있었다.
통계 개념은 다 기억나는데 용어가 잘 기억이 안나서 살짝 버벅였다. 모집단이라는 단어가 기억이 안나더라고 ㅋ
그 뒤에 신상질문이 약간 있었는데, 수학 잘하냐고 물어봤고, 왜 이 분야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봤다.
지원동기는 준비해뒀던거라서 그럭저럭 잘 대답했던거 같다.
면접 시간이 짧아서 면접의 영향력이 클지 좀 의문이었다.
하여튼 그럭저럭 면접을 보고 홀가분하게 나와서 곧 있을 로스쿨 면접을 계속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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